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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실패를 통과하는 일』 - 어느 창업자의 기록

 

실패를 통과하는 일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
저자: 박소령
독서기간 2026년 3월
 

퍼블리라는 컨텐츠를 좋아했었기 때문에 많이 기대하던 책이었다. 


이 책은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가 2015년 창업 후 1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었던 기록을 담고 있다.
10년간 회사를 이끌었던 리더의 기록인 만큼 얼마나 많은 통찰과 고뇌가 담겨 있을지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책은 잘 읽히지 않았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경험했던 스타트업에서의 아쉬운 기억들이 오버랩되어서일까?


 
책내용은 매우 솔직했다.

창업자를 그만둘때 부터 끝을 향하는 여정까지의 챕터로 이루어져있다.

 
1. 창업자를 그만둘때
2. 창업자를 시작할때
3. 펀드레이징
4. 공동 창업
5. 전시 CEO로 산다는 것
6. 자원 배분의 문제
7. 레이오프
8, 9, 10. 주주관계의 본질 ~ 끝을 향하는 여정 1,2
 
챕터마다 회사의 시기별 상황들 그리고 "나의 기억", "지금의 생각" 으로 나누어져서 작성되어 있다. 날것의 기록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그 과정에 대해 서술하고 그때의 기억과 지금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로 정리 되어있다. 이부분은 참 친절한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까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너무 과몰입했던거 같기도 그래서 8, 9, 10은 읽지 못했다. 레이오프에서 너무 냉혹하고 솔직하게 다가와서 포기해버렸다 ㅎㅎ


서두
 
p11 비슷한 길을 걷는 이들에게 일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의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지만, 창업자의 잘못된 결정이 미치는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크고 고통스럽다.
 
소령님은 창업자가 겪는 고통이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서술한다. 좋은 판단의 기억보다 잘못된 판단의 기억이 훨씬 오래간다는 말에 공감했다. 나를 믿고 있는 이들에게 미치는 여파를 생각하면 그 고통의 크기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사실 나는 '실패'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언제 그만두는가, 혹은 계속 가는가"라는 선택의 문제로 정의하려 노력할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실패라는 단어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통과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p36 순응적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살자. 상대가 친 공을 허겁지겁 따라갈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코드 건너편으로 공을 쳐서 보내자.
 
소령님은 "하고 싶은 일과 시장이 원하는 나의 간극" 때문에 창업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매우 용기 있고 무모하지만 정말 대단한 그리고 멋있는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체적으로 살려는 노력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걸 공감했기 때문이다. 뭐 계속 그렇게 살려고 하는 수밖에... 그러면 도전을 더 즐기는 날이 오겠지 ㅎㅎ
 
책에서 재미있는 글을 인용하려고 한다.
사이클링은 인간의 가치와 고통을 끊임없이 느끼게 하는 경주예요.
더는 고통받고 싶지 않다면 직업 바꿔야 하죠.
심리적인 고통도 있죠 정신적인 고통이에요.
계속 싸워야 해요. 계속 저를 믿어야 하죠.
고통을 두려워하면 안돼요. 계속 자신을 밀어붙이는 거죠.
신체적 조건이 비슷한 두 선수가 경쟁할 땐 순전히 심리 싸움이 돼요. 고통을 더 오래 견디는 사람이 이겨요.

 

어렸을때 굉장히 좋아했던 소다 마사히토의 만화책 "스피드 도둑"이 떠올랐다. 산악이 포함된 로드 사이클에 대한 이야기인데 평지에서 죽어가던 소년이 언덕이 보이자 눈이 반짝이고 생기가 도는 장면이 ㅎㅎ 고통에 미친 자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기회가 되면 보시길 :)

 
p52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렸던 시기에 가능했던 기형적인 사업구조를 우리도 따라 했기 때문이다. 고객을 많이 모으고 트래픽을 끌어올리면 돈은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퍼블리는 자체 콘텐츠 플랫폼과 채용 플랫폼 '커리어리'를 운영했는데, 소령님은 커리어리에 비즈니스 모델을 붙이는 것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말한다. 돈이 많이 풀린 시장에서는 트래픽만 모으면 돈이 되었는데, 진짜 돈을 버는 역량과 트래픽을 모으는 역량은 완전히 달라서 빠르게 돈을 벌 준비를 해야한다고, 진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 기업은 지금 모두 무너졌다. 고객들이 사줄 좋은 상품을 만들고 그걸 파는 것 이게 본질인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본질은 바뀌지 않으니까.
 


 
p166 블리츠스케일링을 할 때에는 기업가의 용기와 기술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블리츠스케일링은 링크드인 창업자가 제안한 불확실성 속에서 효율성보다 속도를 우선시 해서 비용을 아끼지 않고 미친듯이 인적이나 물질적으로 자원을 쏟아 부어 확장하는 전략을 말하는데, 퍼블리도 시리즈B 누적 100억의 투자를 받으면서 1년간 이 전략을 사용하다 포기하고 제품 중심 성장으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다. 소령님 블리츠스케일링 전략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패했다고 말했는데, 내 제품을 사랑하는 타깃을 찾고 좋은 제품을 만든 상태에서 규모를 늘려야한다고, 내생각도 다르지 않다. 단순하지만 어려운 명제 좋은 제품, 그걸 사줄 타깃! 이건 어디서나 적용된다는 생각이다. '쓸모'는 내가 정하지만, 그 '가치'는 필요로 하는 사람이 결정하니깐"


p172 낙관주의자라서 잘될 경우를 상상하며 그다음에 할 일을 준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반대의 경우를 가정하고 대비하는 일에는 서툴다. 그러나 어려운 일일수록 의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나도 낙관주의자라서 실패를 많이 맛봐서 많이 공감되었다. "뼈저리게 배웠다." 이 문장이 얼마나 많은 고통과 고뇌를 품고 있는 말인 것 같아서 "어려운일 일수록 의도적으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 되뇌게 된다. 또한 메타인지의 중요성!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 보는 관점이 계속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시스템을 진단하거나 자기 자신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서 거리를 두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코 혼자 변화를 시도하지 말라는 것 (항상 조언을 구하고 나와 반대되는 관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배우게 되었다.)

 
p179 나는 인생의 미션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창업을 선택했다. 그러므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주체였다. 내가 내 인생을 100% 투자해서 만드는 것이니까
 
내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는 주체! 덧없는 삶 안에 가치있는 것 1개 그것만 있으면 죽을때 즐거웠다라고 눈 감지 않을까? 계속 나에게 귀기울이고 단단하게 만들고 무한 반복을 해야 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설레는 말이다. 나는 얼마나 나를 중요하게 생각했는가? 아닌것 같았어서 슬프기도 하지만 뭐 지금부터라도 계속 나에게 귀기울여야지. 단단해져야지. 그래야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도 챙길 수 있게 되겠지.


 
p203 순전히 회사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책 후반부의 레이오프(구조조정) 챕터는 차마 읽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 비용을 줄이고,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까지 이어지는 매각을 위한 현금 확보의 과정들. 소령님은 이 과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복기하려고 노력하지만, 고통이 묻어나오는 날것의 괴로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왜 우리는 레이오프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몰리게 될까? 나는 그 근본적인 원인이 결국 '채용의 신중함'에 있다고 본다. 성장의 속도에 취해서, 혹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원을 공격적으로 늘렸던 판단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리더는 채용하는 순간 그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배웠는데, 시장이 얼어붙고 생존이 위협받는 순간 혹은 주주들의 의해 그 의무는 '회사의 생존'이라는 명분 뒤로 밀려나 버리는게 너무 불편했다.

여기서 내가 나름대로 세워본 원칙은 '투명성은 신뢰의 마지노선'이다. 소령님은 미국의 사업가들을 인용하며 고통 속에서도 리더의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레이오프에 대해 꼭 필요한 실행 정도만 다루었지만, 나는 조금 더 깊이 고민했다. 물론 우리 사회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 실패를 개인의 결격 사유로 몰아가곤 하는 경직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런 특수한 맥락 속에서 만약 내가 그런 극한의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불확실성마저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이 든다. 리더도 미리 준비해야하지만 그들도 준비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보를 공유했을 때 발생할 일시적인 혼란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벽 너머를 짐작하며 소외되어야 하는 동료들의 박탈감이 조직의 신뢰를 더 근본적으로 파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무지함이나 순진함이 섞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료와의 신뢰를 잃고 살아남은 조직이 과연 진짜 '강한 조직'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 최선은 아닐지라도 동료를 소모품이 아닌 동반자로 대우하는 '차악'의 리더십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이 무거운 질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마지막 세 챕터를 남겨두고 책을 덮어야만 했다.

언젠가 내가 타인의 삶을 책임지는 리더의 자리에 서게 되었을 때, 이 책을 다시 펼치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때의 나는 박소령 대표의 결단에 공감하게 될까, 아니면 여전히 오늘의 불편함을 기억하며 다른 길을 찾고 있을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람'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리더가 되어야겠다는 다짐만큼은 단단해졌다. 내가 원하는 길에 실력뿐만 아니라 마음 또한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돈다.


 
마치며

실패를 마주하는 리더의 관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요.

소령님의 너무 솔직한 글들을 마주하면서 내가 내리는 하나하나의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일지,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에 대한 고찰이 끊임없이 이어져서,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구요.

퍼블리라는 새로운 시장에서의 도전을 응원하던 팬이었고, 매각했단 소식에 꽤 놀랐던 기억이 남아있는 그리고 창업을 하고 싶고 리더가 되고 싶은 주니어의 부족한 생각의 주저리였네요. 왠지 오늘 잠은 다 잔거 같기도 하고, 계속해서 박소령 대표님의 글이나 영상을 찾아보게 됩니다. 힐링 로맨스 영화라도 봐야 그만 생각할 것 같은 밤 ㅎㅎ

그래도 대단한 도전자이자 리더 10년간의 소중한 경험과 실패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 그리고 기록을 공유해주셔서 소령님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얀종이 개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