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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The Nature of Software Development』 - 간결하게, 가치 있게, 하나씩 완성하기

 

책: The Nature of Software Development

저자: 론 제프리스

독서기간: 2026년 5월

 

지난번에 읽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표준화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정답'을 찾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에 읽은 론 제프리스의 책은 조금 결이 다르다. 훨씬 더 본질적이고, 훨씬 더 인간적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산에 오르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초심자라면 가장 아래에서 가파른 길을 기어오르고, 놀라운 등산가라면 한계를 뛰어넘어 거대한 절벽을 자유자재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여러분과 같은 산에 앉아서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적당히 평평한 장소를 발견한 어떤 사람 쓴 글과 그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코앞만 보고 오를 때는 볼 수 없던 놀라운 경치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올려다 봅니다. 구름과 안개 사이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더 많은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끔은 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되기도 합니다. 오르고 또 오르세요."

 

저자가 이 비유를 꺼낸 이유는 하나다. 코앞만 보고 오르다 보면 정작 오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는다. 그래서 한 번쯤 멈추고 경치를 보라고. 산을 오르는 행위 자체가 보상이 될 수 있다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야 그 말이 들렸다. 나는 꽤 오래 코앞만 봤던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내가 보는 모든 것입니다. 당신에게 어떻게 보이나요?"

결국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전부다

책의 초반부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치란 무엇이며, 그걸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구조는 단순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가치다. 돈일 수도 있고, 사용자의 소소한 편의일 수도 있다. 그 가치를 전달하려면 피처를 아주 작게 쪼개야 한다. 어떤 규모의 개발이라도 쪼개지 못할 것은 없다. 그리고 그 가치를 지속하려면 품질이 필요하다. 테스트와 견고한 설계, 멈추지 않는 리팩토링.

결국 목표는 하나다. 우리가 원하는 것.


애자일, 애자일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보여주세요."

 

"90% 정도 됐어요"라는 말보다, 아주 작더라도 실제로 돌아가는 피처 하나를 보여주는 게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훨씬 큰 가치를 준다라고들 이야기 한다. 우리 엔지니어들은 항상 완벽한 환경에서 아름다운 코드를 심는 것을 꿈꾸는데, 실제로 기반을 닦느라 정작 사용자가 원하는 걸 빠르게 배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항상 오버엔지니어링을 경계하게 되는데, '준비만 하다가 끝나는' 일이 되지 않아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민하는 것입니다."

 

AI 시대, 다시 '고민'하는 인간으로, 최선의 결과를 달성하는 일은 모든것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발생했는지 관찰하고 그에 맞게 대응했을 때만 가능하며,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은 행동을 취하기 전에 생각하는 사고방식에서 온다.

 

"작은 일로 쪼갤수 없는 거대한 규모의 개발은 없다."

 

분할정복은 너무나 자주 들어오던 말인데, 생산성을 높히려면 쪼개야한다. 일을 나누고 집중하게 해야한다. 쪼개는 방법을 모른다면 많은 리소스를 들인다고 한들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AI에게 과업을 주는 것이 인간의 역할이라면 AI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마치며

요즘 제 여러 업무중에 화두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입니다. AI 에이전트에게 맥락을 주고, 과업을 쪼개고, 위임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일. 일반적인것과는 조금 다른 특별함을 얹은 컨셉의 하네스인데, 제가 정리한 컨플루언스 위키에 다른 조직 분들이 찾아와 읽고, 시니어분들이 힘을 실어주시고, 팀즈로 연락이 오기도 하네요. 회사에서 관심 있는 주제다 보니 실장님과 센터장님 앞에서 대표로 발표도 하게 됐고요.

근데 솔직히 좀 슬펐습니다. 칭찬을 받는데 그 칭찬이 "코드를 잘 짰네요"가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네요"였거든요. 개발자가 개발을 잘하는 건 당연한 건데, 어느 순간부터 AI를 잘 쓰는 게 더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개발이 조금씩 재미없다고 느낍니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론 제프리스는 묻죠. 우리는 지금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사실 이 책은 제가 기대했던 "AI 시대, 생산성에 대한 이해"와는 결이 다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선배들은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 오히려 더 선명해진 것들이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 얽혀있는 관계를 공감하는 것, 실행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그것만이 AI가 대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가치를 만들고 있어?"

최근에 읽은 글에서 이런 문장을 봤습니다. "AI는 코드를 쓴다. 결정도 한다. 책임만 못 진다." 제프리스가 말하는 가치의 끝에 결국 그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유발하리리의 "호모 데우스"를 읽어보려 합니다. 생산성이 무한해지는 유토피아를 말한다는데, 테일러와 제프리스를 거쳐온 독서의 생각 그리고 계속 AI에 대한 고민들이 정리가 되서 저도 많은 이야기들을 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가치'를 만들고 있나요, 당신들에겐 어떻게 보이나요?

 

하얀종이개발자
독서 기록 끝. 이게 제 생각의 날것입니다.